로낭은 거울에 비친 자신과 마주했다. 거울 속에는 검은 가운을 입고 학사모를 쓴 여성이 있었다. 로낭은 거울 앞에서 모자를 벗었다. 학사모에 눌린 앞머리는 푹 가라앉아있었다. 앞머리를 손으로 흐트려 퍼트린 다음 그는 다시 모자를 쓰고 앞머리를 정돈했다. 혹시나 화장이 지워지진 않았을까. 다행이 날씨가 차가운 탓에 뛰고 장난을 쳤어도 화장은 아침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자신의 모습을 확인한 다음 화장실 밖으로 나갔다.
익숙한 계단을 올라 익숙한 문 앞에 도착한 그녀는 문을 두드렸다. 들어오세요. 듣기 좋은 목소리가 방 안에서 들려오자 로낭은 문을 열었다. 자료를 읽고있던 페롤은 로낭이 들어오자 고개를 들었다. 딱딱한 얼굴과 마주하고도 로낭은 방싯 웃었다.
“교수님.”
로낭이 문을 닫았다. 페롤은 뚫어져라 그녀를 쳐다보다 한마디 던졌다.
“벌써 끝났나?”
“벌써라뇨. 점심시간이 지났는데.”
로낭이 페롤에게 다가갔다. 굳은 표정과 마주하고도 로낭은 별로 무서워하지 않는 기색이었다.
“점심 드셨어요?”
“대충.”
페롤이 짧게 대답했다. 로낭이 픽 웃었다. 페롤이 물었다.
“네 선배들은 어쩌고 벌써 왔나?”
“다 찍었고 갔어요. 대학원 수업인거 아시면서.”
그러나 페롤은 대답하지 않았다. 로낭이 용건을 말했다.
“같이 사진 찍으려고 왔어요.”
“...”
“애인 졸업식인데, 설마 사진 한 장 안 남기려는건 아니겠죠?”
페롤은 들고 있던 자료를 책상에 내려놓았다. 무언의 승낙이었다. 그때를 놓치지 않고 로낭은 쪼르르 페롤에게 달려갔다. 휴대폰의 카메라를 켜고 로낭이 미소지었다. 화면에 비친 페롤은 여전히 뚱한 표정이었다. 로낭이 그의 볼을 쿡 찔렀다.
“웃어요.”
그러나 페롤의 표정에 변화는 없었다. 치. 로낭이 작게 투덜거렸다.
“찍을게요 하나, 둘, 셋.”
찰칵, 셔터가 터졌다. 그녀는 셋을 세고 다시 한번 셔터를 눌렀다. 이제는 페롤이 뚱한 표정이건 말건 신경쓰지 않는다는 얼굴이었다. 로낭이 카메라의 위치를 바꿨다. 하나, 둘, 셋-
페롤의 입술이 로낭의 볼에 닿인건 셔터를 누르기 직전이었다. 셔터가 터지고, 로낭의 얼굴도 터졌다. 아까와 달리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로낭은 말을 더듬었다.
“이게...”
“졸업 축하한다, 로낭.”
페롤이 웃었다. 아까까지의 뚱한 표정은 연기였던 건지 언제 그랬냐는 듯 천연덕스레 웃는다. 로낭은 대답 대신 페롤의 어깨를 밀쳤다. 그러나 운동으로 다져진 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아 진짜!”
로낭이 투덜거림에 가까운 짜증을 부렸다. 페롤은 웃으며 서랍을 열었다. 서랍에서 꽃다발이 나왔다. 대체 언제 숨겨둔거지. 뜻밖에도 그녀의 연인은 여상한 얼굴로 사람을 놀리는 취미가 있었다. 그렇지만 이런 점이 싫지는 않았다. 로낭은 발끝을 들었다. 그녀의 입술이 페롤의 입술에 닿았다. 가볍게 입술을 부딪혔다.
“고마워요, 라자르.”
졸업식에서 신호등즈와 엽사찍고 노는 로낭도 적고싶었는데 시간이 모자라서 그만 이렇게 되어버렸습니다. 오랜만에 쓰는 글이라서 그런지 생각대로 잘 나와주진 않네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