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뮤때 뒷이야기도 낼 거라서 샘플로 조금 올려봅니다
최근 연예계의 이슈는 한사람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혜성처럼 나타난 신예 작곡가는 그가 작곡한 앨범이 차트의 순위권에 진입시키며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아마데우스. 신의 총애를 받는 자라는 예명은 오만하기 그지없었지만 그가 만든 곡을 들은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그 이름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정도로 그의 곡은 뛰어났다. 무명의 여가수 알로이지아 베버가 그 증거였다. 그녀는 첫 앨범으로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던 가수였지만, 아마데우스와 작업한 앨범은 발표되자마자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타이틀 뮤직비디오는 유튜브에서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했고, 노래는 몇 년간 사이에 유례없는 판매량을 기록했다. 사람들은 그에 대해 궁금해했지만 그의 정체에 대해서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아마데우스의 정체 대한 사람들의 질문에 알로이지아는 재미있는 사람이라고만 대답할 뿐 그 이상의 언급은 피했다. 사람들은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인가보다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아마데우스에 대한 사람들의 흥미는 얼마 가지 않았다. 연예계는 하루가 멀다하고 많은 사건사고들이 일어났고, 조사를 해도 알 길이 없는 정체불명의 작곡가에 대해 얘기하는 것 보다 사람들의 관심을 끌 일들은 훨씬 많았다. 그렇게 그는 사람들의 관심 바깥으로 밀려나갔다.
그가 소문에 다시 등장한 것은 1년하고도 몇 달이 더 지나서였다. 알로이지아 베버가 새로운 작곡가를 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알로이지아 측에 따르면 그와 계약을 한 것은 처음의 앨범 한 장 뿐이었다고 했다. 작곡가를, 그것도 능력을 인정받은 사람을 잡으려 하지 않은 이유를 궁금해 했지만 그녀의 소속사 측은 계약위반이라 할 뿐 더이상의 말을 아꼈다. 대신 그들은 새로운 작곡가를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그러나 작곡가를 구하는 데엔 상당한 난항이 뒤따랐다. 누가 되었건 간에 아마데우스의 앨범과 비교는 피할 수 없는 사실이 자명한 상황에서 어느 정도 급이 맞는 작곡가들은 자신들은 그런 곡을 쓰지 못한다고 고사했고, 분수를 모르는 어중이떠중이들은 그녀의 쪽에서 사절이었기 때문이다. 제법 시간이 흐르고, 마침내 알로이지아 베버의 새 작곡가가 결정되었다. 몇 년 전부터 발표하는 곡마다 중박 이상은 치고 있는 유명 작곡가 안토니오 살리에리였다. 이미 몇 번 작업을 고사했던 그가 돌연 마음을 바꿔 알로이지아의 작곡을 하겠다고 나서자 사람들은 그 이유에 대해 추측하기 시작했다. 누구는 그가 아마데우스를 뛰어넘기 위해서가 아닌가라고 말했고, 누구는 그가 이미 아마데우스 만큼의 능력을 가졌음을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했다. 혹자는 알로이지아 베버와의 염문을 주장하기도 했었다. 온갖 억측이 난무했지만 사람들은 두 작곡가를 대결구도로 몰아가는 것만은 모두 같았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들 중 하나인 살리에리는 여기에 대해 별 생각이 없었다. 그가 알로이지아 베버와 작업하겠다고 한 이유는 단 한가지였다.
“노래를 하고 싶어요.”
소속사 측에서 몇 번 거절을 당한 이후 자신을 직접 찾아온 알로이지아가 꺼낸 첫마디였다. 살리에리는 가만히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녀가 말을 이었다.
“다들 빼기만 하지 제게 곡을 주려고 하지 않아요. 저는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있어요.”
그녀는 입술을 앙다물었다. 살리에리는 그녀의 입술이 파르르 떨리는 것을 보았다.
“가장 화가 나는 점은 제 가능성을 평가하지 않는다는 점이죠. 그 사람들 곡만 평가하고 있어요. 그 곡을 담아낸 건 저인데 말이에요.”
“…”
“부탁드립니다, 살리에리씨.”
그가 알로이지아를 위한 곡을 쓰겠다고 마음을 먹은 건 도전정신도, 자신이 아마데우스보다 뛰어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도 아니었다. 연민이었다. 가수가 노래를 하지 못하는 것만큼 괴로운 일이 없다는 걸 살리에리는 잘 알고 있었다. 특히나 그녀처럼 재능도 있고 노래에 대한 애착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래서 그는 곡을 쓰겠노라 했다. 알로이지아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서.
~중략~
인터폰이 울렸다. 방문자를 확인하고 살리에리는 문을 열었다. 모차르트는 양손에 짐을 든 채 서있었다. 살리에리는 문을 활짝 열었다.
“센스가 있네요 마에스트로.”
모차르트가 먼저 집안으로 들어섰다. 살리에리는 문을 닫고 뒤따라 들어갔다.
“자, 이건 선물이에요.”
모차르트가 들고있던 네모난 상자를 내밀었다. 살리에리가 의아한 듯 보자 모차르트가 설명을 덧붙였다.
“토르테에요.”
“잘 먹겠습니다.”
살리에리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모차르트가 웃었다. 살리에리는 상자를 가지고 부엌으로 갔다. 그 사이 모차르트는 살리에리의 거실을 구경했다. 거실은 제법 넓었지만 물건은 몇 없었다. 그랜드 피아노와 베란다로 통하는 문 쪽에 놓인 테이블이 전부였다. 모차르트는 가지고 있던 가방을 내려놓고 피아노 의자에 앉았다. 건반을 누르자 맑은 소리가 퍼졌다. 나머지 한손도 올리고 모차르트는 양손으로 건반을 두드렸다. 단순하고 흥겨운 멜로디가 흘러나왔다. 박자에 맞춰 모차르트는 발을 까닥였다. 어느새 거실로 온 살리에리가 솜씨를 칭찬했다.
“잘 치는군요.”
“제일 먼저 배웠던 악기라서요.”
모차르트가 대답했다. 연주는 계속 되고 있었다. 살리에리ㄴ는 가지고 온 접시를 테이블에 내려다두고 피아노 옆으로 다가왔다. 모차르트의 연주는 길지는 않았다. 마지막 음을 치고 건반에서 손을 떼자 살리에리가 박수를 보냈다. 모차르트가 웃으며 물었다.
“아는 곡인가요?”
“좋아하는 곡입니다.”
“그럼 같이 연주해보지 않을래요?”
살리에리가 의아한 눈빛을 보냈다. 모차르트는 의자에서 일어섰다.
“잠시 실례.”
살리에리가 옆으로 한걸음 물러났다. 모차르트는 허리를 굽혀 의자 옆에 둔 가방을 들어올렸다. 아까 그녀가 들고 온 가방이었다. 모차르트가 가방을 열었다. 가방 속에서 현악기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살리에리가 말했다.
“바이올린이군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악기죠.”
그녀가 악기를 꺼내들어 턱에 걸쳤다.
“언니가 있을 때 언니랑 자주 같이 연주를 했어요. 전에 말했다시피 언니는 피아니스트니까요. 그때 살리에리씨가 피아노를 좋아하신다길래 들고 온 거에요. 같이 연주하고 싶어서요.”
모차르트가 두어 걸음 뒷걸음질쳤다. 살리에리는 피아노 의자에 앉았다. 양손을 모두 올리고 살리에리는 건반을 눌렀다. 박자에 맞춰 손가락이 움직였다. 아까 모차르트가 연주한 곡이었다. 모차르트는 자세를 잡았다. 주 선율이 비워진 연주에 바이올린의 소리가 섞여갔다. 활이 현 위를 미끄러지듯 달렸다. 피아노 건반이 경쾌하게 튀었다. 음표가 추는 춤에 맞춰 선율이 펄럭였다. 마침내 마지막 음을 누르고 두 사람은 손을 멈췄다. 모차르트는 웃었다. 편안한 정적이 흘렀다.
딩. 살리에리의 손이 다시금 건반을 눌렀다. 알을 깨고 나온 새처럼 정적을 깨고 나온 음은 멜로디로 이어졌다. 모차르트는 살리에리의 연주를 듣다 바이올린을 들었다. 피아노의 소리에 바이올린의 소리가 덧입혀졌다. 연주는 계속 이어졌다. 한마디가 끝나면 새로운 마디가 새로운 선율을 만들어냈다. 바이올린과 피아노가 엎치락뒤치락하며 제 소리를 냈다. 흘러나온 소리가 춤을 췄다. 점점 빠르게, 점점 느리게, 강하게, 또는 약하게. 악보에 박제되지 않은 음들이 빙글빙글 돌았다. 정신없이 날뛰던 음표들은 모차르트가 활을 내리그으며 끝이 났다. 살리에리는 건반에서 손을 뗐다. 그가 옆을 돌아보자 모차르트와 시선이 마주쳤다. 모차르트의 눈이 휘었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두 사람은 웃음을 터트렸다.
“멋진 연주였어요.”
모차르트가 손을 내밀었다. 살리에리는 손을 잡았다. 그의 심장이 거세게 쿵쿵 뛰었다. 얼굴이 더웠다.
살리에리는 거울을 봤다. 거울 속의 그는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그는 이 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다른 날이었다면 적당히 차려입고 넘겼겠지만 오늘은 그가 모차르트와 하는 첫 데이트가 있는 날이었다. 이전에도 둘이서 만난 적은 많았지만 연인이 된 다음 처음으로 하는 데이트는 의미가 달랐다. 몇 시간 전부터 살리에리는 수염을 다듬고, 옷을 골랐다. 침대 위에는 그가 골라둔 셔츠가 즐비했다. 옷을 대어봤을 때 이것보다 저게 더 나은가 싶었다가도 막상 옷을 걸치자 생각만큼 마음에 들지 않아 놓아두기를 반복했다. 나름대로 마음에 드는 옷들만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왜 이리 입을 옷이 없는지 모를 일이었다. 가진 옷 중에 그나마 마음에 드는 옷을 걸쳤을 땐 한참의 시간이 지나있었다. 살리에리는 서둘렀다. 머리를 한 번 더 빗고 거울을 보았다. 마음에 쏙 들지는 않았지만 더 지체할 시간은 없었다. 일찍부터 준비하지 않았다면 약속에 늦었을지도 모른다.
살리에리는 약속장소에 도착했을 때는 약속시간 15분 전이었다. 먼저 들어가서 모차르트를 기다리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식당으로 들어가자 직원이 그의 이름을 물었다. 살리에리가 그의 이름을 대자 직원이 자리로 안내했다. 자리가 가까워지자 그는 잘 알고 있는 얼굴을 마주했다. 자리에 앉아 손을 흔들고 있는 모차르트를 보고 살리에리는 당황했다. 약속시간에 딱 맞춰서 왔다면 그녀를 기다리게 할 뻔 했다.
“언제 왔습니까? 왔다면 미리 말을 하지 그랬어요.”
“그렇게 일찍 온건 아니에요. 그냥, 당신이 보고 싶어서 서두르다보니 먼저 도착했더라고요.”
모차르트가 웃었다. 살리에리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웃는 얼굴이 눈부셨다. 왜 이렇게 반짝거리는 걸까. 가슴이 세게 뛰었다.
“얼굴이 빨개요.”
“아…”
살리에리가 고개를 푹 숙였다. 심장이 주체가 안 되고 얼굴도 주체가 안됐다. 세상에 신이시여. 제가 정말로, 저 사람이 제 연인인게 맞습니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사귀는 건 맞는데 아. 이제는 생각도 제멋대로 날뛰었다.
“바닥만 보지 말고 날 봐요. 오늘 신경써서 꾸미고 나왔단 말이에요.”
모차르트의 말이 귀에 꽂혔다. 살리에리는 고개를 들었다. 웨이브가 들어간 금발은 어깨너머로 굽이쳐 흘렀다. 눈은 생기를 담아 반짝였다. 붉은 입술은 예쁜 곡선을 그리며 웃고 있었다.
“예뻐요. 예쁩니다.”
“꾸미고 나온 보람이 있네요.”
모차르트가 기쁘다는 얼굴을 했다. 웃는 모습이 예뻤다. 그렇지만 당신은 오늘따라 더 예쁜 게 아닌데.
“평소에도 예뻤어요.”
“어머, 그런 말도 할 줄 알아요?”
살리에리의 말에 그녀가 놀란 얼굴을 했다. 아, 놀란 얼굴도 예쁘네. 살리에리는 얼이 빠진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인걸요.”
모차르트가 소리 높여 웃었다. 자신이 너무 생각 없이 말하는 게 아닐까. 살리에리는 자괴감이 들었다. 그렇지만 자신의 눈에는 그렇게 보이는 걸 어떡한단 말인가. 예로부터 아름다움은 찬미해야 마땅한 것이고 당연한 말을 하는데 부끄러워하지 말거라. 그의 아버지가 한 말이었다. 그렇게 말하며 어머니의 아름다움을 주장하던 아버지를 떠올라 살리에리는 웃었다. 그는 앞으로도 모차르트에게 더욱 아름답다고 말해줘야겠다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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